Nikon FE / 160NC / 안양천
나는 잘 까먹는다. 꼭 기억해야지- 해놓고 기억의 사이사이가 헤진다.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게 없다. 언제나 그건 내 컴플렉스다. 대신 모든 것을 이야기로 만든다. 이 사물에 얽힌 이야기. 저 공간이 가진 이야기. 즐거운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슬픈 순간은 과장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소중한 것들은 끊임없이 되새긴다. 좋아하는 책은 처음의 인상이 희미해질 때쯤 다시 읽는다. 비교 대상이 완벽하지 않으니 두번째와 처음이 같을리 없다. 차곡차곡 쌓인 인상들은 그대로 또 이야기가 된다.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한, 나한테만 즐거운 과정이다.
매번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 알던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럼 더 막중한 일에 도전했을거다. 사람을 살린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 말이다. 얼기설기 미완의 기억력을 가지고는 뭔가를 자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욱 이 순간을 즐겨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변덕스러운 감정도 별로 믿지 않으니. 타인과 함께 하는 인생은 늘 삐걱댄다.
그러니 해석을 허용하는 '풍경'이 가장 좋은 친구이다. 내 맘대로 착각하고 미화하고 과장해도 어느 누구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어렴풋한 느낌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 안양천의 심심하고 나른한 풍경. 사진기를 둘러메고 자전거 페달을 밟다가 입이 깔깔해졌다. 이 자유에 취해있어도 되는 걸까- 불길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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